【새롬세평(世評)】 한국당과 보수 정치를 쇄신하라는 요구에 '동문서답'(東問西答)한 황교안의 단식. 김대은 2019.11.21 13:54


- 감동도 명분도 메시지도 없는 '김빠진 사이다'간 된 '黃'의 단식 -

 

 ▲  '공수처법-지소미아 종료' 반대해 단식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1983년 5월 당시 야당지도자 YS가 죽음을 내걸고 단식투쟁하는 모습(가운데)/ 1990년 민자당의 지방자치제 연기에 항의해 단식투쟁하는 DJ.(오른쪽). ©

 

 

흔히들 "단식은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하듯이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비장한 각오가 없으면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건강은 물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극한투쟁으로서 단체나 조직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심심치 않게 사용되어온 단식투쟁은 폭압적 권력에 맞서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거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선택하는 비폭력 저항으로 약자(弱者)가 강자(强者)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이 숨을 쉬지 않으면 3분, 물을 마시지 않으면 3일, 음식을 먹지 않으면 3주를 버티기 힘들다. 이를 일컬어 '인간 생존의 333 법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단식은 자신의 목숨을 건 극약처방인 것이다.

 

단식의 전매특허인 정치인의 단식 투쟁을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화의 기수였던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대표적인 단식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항쟁 3주년인 1983년 5월 18일 전두환 정권의 폭거에 대항해 구속된 학생·종교인·지식인의 석방과 복학·복직, 언론 통폐합 백지화, 대통령 직선제 회복 등 제반 반민주악법 개폐 등 '민주화 5개항'을 조건으로 사선을 넘나들며 단행한 23일간의 단식투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은 전두환 정권의 공포통치에 타격을 가한 최초의 야당 정치인의 저항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와 함께 1990년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당시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자당이 지방자치제 약속을 어기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 하자 13일간의 단식투쟁을 통해 30년만에 지방자치제를 부활시켜 1997년 정권교체의 씨앗이 되는 계기가 됐다.

 

물론 단식투쟁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월호의 아픈 단식도 있고 노동계의 처절한 단식도 있고 시민단체의 고단한 단식도 있다. 반면에 국민정서에 역효과를 주는 비웃음과 조롱이 대상이 되는 단식도 있다.

 

요즘은 어찌된일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키려고 단식을 하다 보니 감동도 명분도 메시지도 없다.

 

비극적 단식투쟁은 1981년 10여 명이 목숨을 던진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의 독립투쟁 단식으로 1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무소속의 이정현 의원이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등의 조롱과 비난을 받고 7일 만에 슬쩍 접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들어 리더십이 다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0일  "지소미아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단식투쟁 사유로 적절한지 누구라도 확하고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국회는 민생과 직결된 예산안을 심사하고 장외투쟁으로 먼지가 쌓인 밀린 법안들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황 대표의 느닷없는 단식 카드는 정치 시계를 멈추게 하는 장애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 황 대표는 스스로 '황면초가'(黃面楚歌)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위기중의 위기다.

 

조국사태 때 벌인 장외 투쟁과 삭발 항의는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켜 한국당 지지율은 반짝 상승세를 선보였으나 그 이후 확장성이 떨어져 '조국 사태'이전의 지지율로 되돌아갔고, 황 대표는 한국당의 현실에서 현재 대안 없는 간판이지만 이낙연 총리에게는 현저하게 밀리고 있다.

 

이번 11월 2주차(12~14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지지 정당 조사에서 민주당 40%, 한국당 21%인데, 이는 조국사태 이전인 지난 8월 첫 주 지지 정당 조사에서 민주당 40%, 한국당 20%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딱 붙었고, 지난 11월 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리서치앤리서치(R&R)> 차기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가 27.7%,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4.2%로 '더블 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튀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의 단식은 흔들리는 리더십에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당 안팎에서 조차 황 대표의 단식투쟁이 느닷없다, 뜬금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이번 단식은 감동도 명분도 메시지도 없는 김빠진 사이다가 돼버렸다.

 

리더십 부재의 원인으로 '정당 지지율'과 '정당 호감도', '개인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지 '삭발'이나 '단식투쟁'의 유무는 아니다.

 

황 대표의 기습적인 단식이 본인의 판단인지 아니면 주변의 건의에 의해 결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한 가지 간과한게 있다면 국민의 60%가 넘게 반대해온 조국 사태때의 삭발은 지지층의 결집과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정('正)의 효과가 있었으나 뜬금없이 결정한 이번 단식 투쟁은 '명분도 감동도 시점도 효과'도 없어 보인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황 대표의 단식이 향후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해줄 촉매제가 될지, 혹은 내리막길을 재촉하는 독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다.

 

황 대표의 감동 없는 즉흥적인 묻지마 단식 투쟁은 한국당과 보수 정치를 쇄신하라는 요구에 '동문서답'(東問西答) 한 상황이 됐다.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야 할 책무가 있는 한국당은 지난 19대 총선이후 지금까지 친박과 비박으로 제 각기 나뉘어져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하며 '이전투구'(泥田鬪狗) 해왔다.

 

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당을 전면해체하는 대수술을 감행해야지, 어디는 고치고 어디는 그대로 내버려 두려는 얕은 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다

 

따라서 황 대표가 진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려면 삭발이나 단식 등 국민 비호감 정치가 아닌 국민이 마련해준 국회를 정상화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난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정답'(正答)이다.

 

단식은 국가가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처했을 때, 국민의 삶과 자유에 현저한 침해가 있을 때 명분도 효과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기사입력: 2019/11/21 [13:54]
최종편집: ⓒ 시사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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